일본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살아남기
일본의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면, 직접 개발을 하기보다는 외주업체와의 계약 및 프로젝트 관리 업무가 중심이 된다는 점을 경험하고 있을 것입니다. 일본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외주에 의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체적으로 개발 인력을 채용하여 운영할 만한 규모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팀을 직접 운영하려면 장기적인 개발 필요성과 충분한 ROI(투자 대비 수익률)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대신 일본에서는 SI(System Integrator)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외주로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심지어 이들 SI 업체조차도 실제 코딩과 테스트 등의 업무를 다시 하청 업체에 발주하는 경우가 많아, 수많은 소규모 개발업체와 프리랜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반면,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도 일부 개발을 외주로 진행하지만, 핵심 기술 개발은 내부에서 담당한다는 점에서 일본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일본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개발자의 처우가 낮아지고, 프로젝트의 품질 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 단계의 외주 구조로 인해 개발자의 급여가 하향 압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주어진 설계서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기회가 적습니다. 소프트웨어 품질에 대한 책임이 설계서에 전가되는 경우도 많아, 심지어 설계서에 오류가 있더라도 이를 지적하기보다는 그대로 개발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미국이나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비교해도 IT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지?
과거 일본의 IT 산업을 주도했던 NTT도코모 같은 대기업들이 이러한 외주 생태계를 정착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2000년대 초반, 아직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도코모는 아이모드(i-mode)라는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세계적인 IT 기업으로 군림했지만,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고 모든 것을 외주로 진행하는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의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이 자체적인 기술력을 키우기보다는 기존의 외주 시스템에 안주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일본 IT 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일본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일본에서 소프트웨어 업계에 종사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개발업체 관리를 담당하거나, 개발 전문 업체에서 정규직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방법, 혹은 파견 업체를 통해 엔지니어로 단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스타트업에 참여하거나 직접 창업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난이도와 성공 가능성을 생각하면 일본에 진출한 외국계 IT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경로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은 파견 업체를 통해 여러 프로젝트를 전전하는 계약직 생활입니다. 짧은 경력이라면 경험을 쌓기 위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급여가 낮고 경력 발전의 기회가 제한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자신이 받는 급여와 실제로 발주처에서 지불하는 금액의 차이를 알게 되면 좌절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넓은 시야와 논리력을 갖춘 개발자들은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지속적으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무리
결론적으로, 일본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력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외주 구조 속에서 소모되는 역할을 피하며, 가능한 한 정규직이나 기술 중심의 직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 IT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커리어를 설계한다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성공적인 개발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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